2011.09.07 20:43
어느 노부부의 love-story
조회 수 651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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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황 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나는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그리고그렇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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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원장님 환자들 돌보시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긴글을 다 옮겨 놓으시고~~
늘 함께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가다 자매님 이거~~ 쉬운일 아닐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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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어려운일은 아닌것같으네요!
지금 당신이 함께 있는한 ~ 아! 참 그리고
잘 쉬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