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안에서 만나요
사람이 하는 말 가운데 “우리 기도 안에서 만나요”라는 말만큼
향기 있고 그윽한 말도 드물 것이다.
기도 안에서의 만남은 곧 하느님 안에서의 만남이기에 하느님 안에서
서로 만나 긴장을 풀고 부드럽고 깨끗한 영혼으로 서로를 축복해 주는
일이야말로 감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도의 문을 열고 얼마쯤 들어가면 곧 만나게 되는 하느님,
그 성스러운 빛 아래에 자리를 깔고 맑은
영혼의 사람들을 불러 미소로 맞이할 때
나는 마침내 하느님의 사람이 되고 있다는 기쁨을 얻곤 한다.
피정을 마친 후 헤어지면서 아쉽고도 그리운 목소리로
누군가가 “우리 기도 안에서 만나요”라고 하던 말과,
어느 수도원에 들렀다가 우연히 함께 기도한 어느 수도자가
“우리 기도 안에서 만나요”라고 하던 말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또 어떤 인정 많은 독자가“우리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라고 쓴 편지와,
살인을 저지른 무기수가 “기도 안에 대부님을 기쁘게 모신답니다.”라는
말을 늘 기억하면서 나도 이따금씩 그들을 나의 기도에 앉히곤 한다.
끝없이 깨끗해지려는 영혼의 사람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
서로를 호젓이 바라보는 일은 행복에 닿는 즐거운 일이다.
다음부터는 내가 먼저“우리 기도 안에서 만나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하느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 고독이 사랑에 닿을때(김영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