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by 이재인(요한) posted Sep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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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 2025.9.7.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14,33)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순교자의 길!'

 

오늘 복음(루카14,25-33)'버림과 따름'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는 많은 군중을 향해 돌아서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14,26)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14,27)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14,33)

 

예수님의 이 말씀은 또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은 하느님의 완전한 계시(드러남)이신 예수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길'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너와 나의 목숨까지도 미워해야 하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하고, 자기 소유를 다 버려야 한다.'고 하십니다.

 

인간적으로 이해가 어렵고,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버림과 따름'에 대한 오늘 복음은 '첫째 자리와 우선적 관심'에 대한 말씀입니다.

곧 우리가 따르겠다고 약속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항상 나의 삶의 '첫째 자리'에 계셔야 하고,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우선적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길'이고, '순교자의 길'이며, 그 너머에 있는 '생명과 부활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9.1 새벽 04시 경에 아프카니스탄에서 6.0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2천여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잘 전해지질 않습니다. 세상이 그런 곳에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나의 삶의 자리에 첫째에 계시지 않고, 하나의 사랑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우리가 우선적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입니다.

선종하신 그리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 53'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가시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이것이 바로 '배척'입니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입니다.

오늘날 모든 것이 '경쟁의 논리와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 놓이게 되면서 힘없는 이는 힘센 자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배척되고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자리도, 희망도, 현실을 벗어날 방법도 없습니다.

인간을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버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지금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9'순교자 성월'입니다.

'모진 박해와 순교로 우리에게 신앙을 물려준 장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순교자들은 평소 하느님을 굳게 믿고 살았기에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미워하면서까지 소중한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시대는 피를 흘리며 신앙을 증언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할 순교의 삶은 다양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생각과 말과 행위로 복음이신 예수님을 잘 따라가는 순교의 삶,

내가 더 낮아지고, 더 희생 봉사하고, 더 용서하고 희생하고, 더 사랑하는 순교의 삶,

 

"당신께서 지혜를 주지 않으시고, 그 높은 곳에서 당신의 거룩한 영을 보내지 않으시면, 누가 당신의 뜻을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지혜9,17)

 

'성령의 지혜'로 이런 순교의 삶을 살아가는 순교자, 그런 예수님의 제자들이 됩시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14,33)

 

 

(~ 여호13,33)

 

이병우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