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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4 08:09

부활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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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단상

            
      글 :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세상은 무겁고 죽음은 어둡고 슬픔은 깊었습니다.
      절망의 벼랑 끝에 눈물 흘리던 시간 위엔
      고통의 상처가 덧나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당신이 오시어 우리를 부르십니까.
      두렵고 황홀한 번개처럼 오시어
      우주를 흔들어 깨우시렵니까.
      차가운 돌무덤에 갇혔던 당신이 따듯하게 살아오시어
      세상을 잃었던 웃음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기뻐서 하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들이
      부활의 흰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날마다 조금씩 아파하는 인내의 순간들이
      부활의 흰 새로 날아오르게 하소서
      예수께서 직접 봄이 되고 빛이 되어 승리하신 이 아침
      아아, 이젠 다시 살아야겠다고
      풀물이 든 새 옷을 차려입는 처음의 희망이여, 떨림이여.......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일어나십시오.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를 살리신 주님,
    천만 번 못 알아듣는 사랑의 신비를 한 가닥만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오늘 풀들은 일어서고,  꽃들이 춤을 추고, 새들은 노래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모든 죽음을 떨쳐내고 저도 다시 살게 하소서.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


    "이 마음 닫히니 눈도 닫히고 마음 열리니 눈도 열리네.
    이 모든 것 다 사랑의 문이 있고 없기 때문이네.
    사랑 있으면 눈이 열리고 사랑 없으면 눈이 닫히고!"
    문을 닫아걸고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던 그 의심 많은 제자들처럼
    저도 가끔은 당신이 두렵습니다. 너무 환하고 너무 사랑 많은 당신이 두렵습니다.
    적당히 사랑하시면 그다지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  


    두려움을 버리고 예수님을 바라보기, 마음의 문을 열고 성령을 받기,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용기를 지니기, 의심을 버리고 믿는 겸손을 지니기!
    그러면 나는 문 닫아건 이웃에게도 평화를 전하는 평화가 될 것입니다.
    일상의 가파른 언덕길을 거뜬히 뛰어넘으며 기쁨을 전하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마리아 어머니,
    이별의 고통이 만남의 기쁨으로 변화되는 당신의 그 순간을 저도 체험합니다.
    이제는 저도 당신과 함께 마음 놓고 행복해 해도 되겠지요?
    제 남은 생애를 다 써 버려도 그리스도의 부활과 기쁨과 행복을
    다는 노래할 수가 없겠지요. 그러나 어머니, 당신과 함께라면
    저는 더욱 그분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가 있음을 당신도 아시지요?


    흰옷을 차려입고 부활예절에 참여합니다. 부활절을 맞아
    새로 신은 구두가 마음에 듭니다. 걸음은 똑바로 걷는 일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고......
    갈릴레아, 랍보니, 첫새벽, 새 생명, 알렐루야. 기쁨, 엠마오, 샬롬, ........ 아침 미사 후
    수녀들 각자 제비뽑기한 여덟 개의 이름으로 구성된 식탁에서 밥을 먹으니
    평소에 가까이하지 못했던  이들과도 담소를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와서 아침을 들어라!' 제자들에게 조반을 초대하시는 주님의 그 모습은
    얼마나 정겹고 아름다운지요! 저도 함께 사는 이들,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늘 준비된 마음으로 기쁘게 초대할 수 있는 넉넉함과 너그러움을 지니게 하소서!  


    비 온 뒤의 햇살이 생명감에 충만하고 평소의 햇살보다 더 아름답듯이,
    지병 뒤의 쾌유가 떨리도록 감사하듯이
    죽음 뒤의 생명은 얼마나 더 기막힌 놀라움이며 환희일까요.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이 새봄에 저도 완고함,
    딱딱함, 고집스러움을 버리고 새로 돋아나는 연둣빛 잎사귀처럼
    연하게, 부드럽게, 너그럽게 변화되게 하소서.  


    온 세상을 다니며 말씀을 선포하는 복음의 증인이 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기가 있는 곳에서 인내와 성실과 믿음을 다해 주님을 증거하고 이웃에게
    기쁨을 주는 복음의 증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늘 기적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기적을 바라고 요구하는
    어리석은 욕심장이가 아니 되게 하소서. 하루  한 순간이
    모두 은총 속에 이어지는 기적임을 더욱 절감합니다. 행복은
    오늘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성실하게 가꾸어가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렵니다.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외람되나마
    저도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저렇게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언제나 정성스럽게
    이 관계를 가꾸어 가는 성실함을 잃지 않게 하소서.  


    엠마오로 가는 길 위의 제자들처럼 저도 당신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뜨거운 매일을 살게 하소서. 뜨거우면서도 조용한,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늘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게 하소서.


    '갈릴래아로 가라' 고 말씀하시는 주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당신께서
    다시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듯 저도 다시 제 삶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당신이 그곳에서 하늘 나라를 더 확실하게 선포하시고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을 보여 주셨듯이 저도 지금 제가 머무는 이 수도원,
    일상의 소임을  통해 당신의 좋으심과 아름다우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함께 사는 이들을 먼저 사랑하는 기쁨으로 당신 앞에 옵니다.
    어머니이신 교회를 사랑하는 기쁨으로, 아픔 많은 세상을
    사랑하는 기쁨으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좀 더 보편적인 사랑,
    큰마음의 사랑을 하도록  당신께서 제 안에 들어와 넓은 바다 되소서!.


      "연초록 껍질에
      촘촘 가시를는 달고 있는
      장미꽃을 한 아름 산다
      네가 나에게 꽃인 동안
      내 몸에도 가시 돋는다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다는 것
      꽃망울에게 싱긋 윙크를 하자
      눈물 한 방울 떨어진다
      그래, 사랑의 가시라는 거
      한낱 모가 난 껍질일 뿐
      꽃잎의 진 자리와
      가시가 떨어져 나간 자리, 모두
      눈물 마른 자리 동그랗다
      우리 사랑도 분명
      희고 둥근 방을 가질 것이다."

    이정록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를 읽으며 장미 향기를 맡습니다.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 것'이라고 한 표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늘 예수님 마음 안으로 들어가야 제 마음도 보호를 받습니다.
    마음은 하도 약해서 쉽게 상처를 받는 것 같아요. 가장 믿고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서로 말이나 표정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받는 것을 보면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침묵만이 좋은 것인지요? 다정함도 병이 되는 것인지요? 나중엔
    유익한 선물이 됨을 알지만 견디는 과정은 늘 괴롭고 힘이 듭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기도를 향기롭게! 님을 향하여 한 마음 새롭게 하는 날들...... .
    '사랑도 새로워라'. '사랑도 새삼스러워라' 가끔 이 구절이
    제 마음속에서 맑은 물소리를 냅니다.
                                                                    《말씀지기》 2008년 봄호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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